장혜영 중편소설 "그림자들의 전쟁 " 계간 문학시대에 분재
소설가 장혜영의 중편소설 "그림자들의 전쟁"이
계간 문학시대 2008 신년호(통권82)부터 83호까지
상,하 두번에 나뉘어 분재된다.
"계간 문학시대" 2008 신년호 표지
그림자들의 전쟁
할머니가 무엇 때문에 자꾸만 꿈에 나타나는가?
지난밤에도 할머니의 꿈 때문에 잠을 꼬박 설쳤다.
게다가 은정의 전화까지......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나는 무심결에 내 손에 "르몽드"지가 들려 있음을 발견했다. 그제야 나는 여태껏 대학가 신문 가판대에서 "르몽드"지를 구입했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음을 알았다.
사고 싶어서도 읽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르몽드"가 내 손에 들려있을까? 감각과 의식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내 눈앞으로는 지금 아름다운 센 강이 흐르고 그 강 위로 화려한 알렉산더3세교가 구름처럼 걸려있다. 높이 6메터의 절묘한 아치형 교각, 장엄하기까지 한 아르누보양식의 청동 가로등들과 머리에 아기천사 상을 한 네개의 거대한 탑 기둥......파리의 여름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건조했지만 습기를 머금은 서늘한 강바람과 우거진 라임나무 가로수 그늘은 청량하다.
그러나 의식은 감각이 제공하는 이 모든 메시지들을 기억에 낙서하기를 거부한 채 집요하게 마르셀 교수와 은정의 모습을 기억속에서 뒤져내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 생각해도 은정의 옷을 벗길 때 그녀가 자고 있었는지 잠든 척했는지 알 수가 없다......
......
눈같이 하얀 무복巫服차림에 지전을 들고 너울너울 춤을 추는 할머니는 무시무시한 유령 같았고 소복차림의 귀신 같기도 했다. 병풍에 매달려 너풀거리는 종이넋이며 지방紙榜들, 망인의 음울한 영정은 공포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어, 신인줄 몰랐더니
오늘 보니 신이로세
넋일랑은 오시거든
넋 당삭에 모셔놓고
신일랑은 오시거든
신상에 담아놓고
악절 첫마디에 강박强拍이 온 뒤로는 급격한 하강음으로 곤두박질하는 계면조의 구슬픈 멜로디는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피를 토하는듯한, 숨이 탁탁 막히는듯한 진양조장단의 느린 지속음들과 4도, 5도 음정 내의 꺾음 소리에 나는 저도 모르게 전신에 식은땀을 질퍽하게 흘렸고 숨이 막혀 얼굴색마저 하얗게 질렸다......
작품의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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