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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장혜영의 <유리언덕>을 읽고

by 8866 2022. 1. 25.

[서평] 유리언덕, 욕망이라는 경계선 위에서 꽃핀 사랑

 

욕망이 먼저일까.
도덕이 먼저일까.
당신의 선택은?

​만약 당신이 첫눈에 반한 사랑을 만났다. 그런데 이미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 약혼한 사이이다. 그래서 소위 임자가 있는 사람이라 도덕적 판단 하에 단념하고 포기하기로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욕망은 식을 줄을 모른다. 소위 말해서 '골대 있다고 공 안들어가냐' 라는 말처럼 욕망에 이끌려 도전해보려 하지만, "안돼, 그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해.' 라고 자꾸 머리 속에서 외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정말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삼류 막장 드라마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현실에서 가능하고 생각한다. 이 책 「유리언덕」 속 두 남녀 주인공 태주와 다요는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이야기는 태주와 다요가 처음 만나게 되고, 그 첫만남에서 첫눈에 반하게 된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사랑을 시작하기에는 그들 사이에는 이미 장애물이 놓여 있다. 그녀는 부도가 난 아버지의 회사를 회생하기 위하여 이미 마음에도 없는 자폐증환자와 정략적으로 약혼을 한다. 정략결혼이라는 말에 '요즘 세상에도 이런 정략결혼을 하나' 하는 지금이 과거 조선시대도 아니고 말이다. 마치 우리나라 전래동화 <효녀 심청>, <춘향전>을 보는 듯하다. 어쩌면 이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현대판일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그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들은 '유리언덕'을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제목이기도 하고, 이야기의 갈등이기도 한 '유리언덕'은 한태주가 문학강의 속에서 언급한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욕망의 일탈을 통제하기 위해 일종의 경계를 설치하는데 나는 이상적인 장치에 '유리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p.10 , <첫눈 연정>

그렇게 여자 주인공 서다요는 마치 효녀 심청을 연상하게 할 만큼 부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고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된다. 마치 효녀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이기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바다신의 제물로 희생하는 것과 같은 구조이다. 한태주와 서다요는 금지된 사랑을 한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해보이지만, 그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죽음까지도 불사했던 그들만큼 처절하고 절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남자 주인공 한태주가 도덕과 양심에 얽매어 사랑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포기하지도 못하는 그런 우유부단하고 관망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쟁취에 있어서 적극적이었고 도덕보다는 사랑을 중시했던 로미오에 비하면 너무나 약하고 의지가 약한 것 같이 느껴졌다. 어쩌면 한태주가 심성이 너그럽고 선량해서 지나치게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또한 문학박사이며 대학 강사인 그의 직업과 사회적 지위 때문에 욕망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욕망과 도덕의 경계선 위에서, 자신의 감정보다는 타인을 배려하고 번번히 사랑하는 그녀를 놓치는 모습에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에 반해 태주보다 서다요가 사랑에 좀더 적극적인 것 같다. 태주를 보기 위해 가출도 하고, 도망도 가고, 해외도주까지 결심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아킬레스 건이 있다. '나에겐 사랑밖에 없어.' 라고 결심하다가도 부모님, 특히 아버지 앞에 서면 그녀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한태주를 사랑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효심과 그녀의 사랑의 경계선 위에서 매번 그녀는 효심을 선택한다.


요즘 시대에 이런 여자가 어디 있을까. 너무 산파극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자유연애 시대가 아닌가. 그 자유연애를 대표하는 인물이 윤하늘(강바람)인 것 같다. 정말 쿨하게, 서로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오직 성 쾌락만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녀의 연애에는 사랑은 없고 섹스만 있다. 왜 그녀가 그런 연애를 표방하게 되는지, 남자를 사랑할 수 없는지에 대한 슬픈 사연이 나중에 밝혀지지만, 처음에는 그런 그녀가 그저 쿨해 보이고 멋져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 그녀도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결국은 알게 되었다. 그녀야말로 그를 사랑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자유연애도, 지고지순한 사랑도 아닌 그저 짝사랑에만 만족하는 연애를 하는 여자도 있다. 바로 '앵두누나'로 불렸던 고정애인데, 정말 왜 그녀가 그런 대접을 받고 그렇게 태주 곁에 머물렀을까. 어쩌면 서다요보다 고정애가 정략결혼의 희생양은 아니었을까. 물론 고정애는 한태주를 사랑했지만, 한태주는 이미 다른 여자인 서다요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깐.


서다요, 강바람, 고정애 이 세 여자의 화살표는 하나로 향했다. 그런 점에서 한태주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느껴졌다. 그 여자들의 사랑을 모두 다 받고도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만 올인을 했으니깐 말이다. 소위 말해 '나쁜 놈, 나쁜 남자' 라고나 할까.


결국엔 모두다 해피엔딩으로 즐겁게 끝났지만, 그 해피엔딩의 숨은 공신은 세 여자 중 진정으로 그를 사랑한 그녀' 일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놀라기도 했다. 그런 결말일지 상상도 못했고, 그녀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혀 예측도 못했으니깐.


간만에 속으로 '나쁜 놈', '나쁜 놈' 욕도 하면서, 나혼자 웃고 울고, 안타까워하면서 너무나 집중해서 이 책을 보았다. 처음에는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언제 읽을까 걱정했는데, 그들의 막장 드라마 같지만, 한 편의 로맨스 영화같은 스토리에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어쩌면 스토리도 뻔하고, 결말도 뻔하지만, 오랫만에 읽은 사랑 이야기에 즐거워하며 신나게 읽었다. 유리언덕을 그들은 과연 넘었을까. 그들에게 유리언덕은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그리고 만약 내가 현실에서 유리언덕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생각해본다. 

 

출처: 달밤텔러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soogi1224/22263056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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