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무지개 그림자"의 연재는 이번 주 쉽니다.
대신 신간 장편소설 "붉은 아침"을 소개합니다.
장혜영장편소설 "붉은아침" 1권 표지
장혜영장편소설 "붉은아침"2권 표지
책소개
장혜영의 신작 장편소설 『붉은 아침』 1권.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인 유학생 최준호가 저서 『6.25 참전자 실록』을 쓰기 위해 한종수를 찾아간다. 소설은 현재의 준호가 한종수를 찾아가고 그의 손녀 유리를 만나는 이야기와 준호의 할아버지 최덕구가 살던 시절부터 두 집안 사이에 원한이 쌓이게 된 이야기가 맞물리며 전개된다. 또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의문이 과거 이야기가 진행되며 하나 씩 풀려가는 재미를 준다.
현재의 상황이 잔잔한 사랑 이야기와 두 남녀의 진지한 사유로 진행되는 반면 과거 이야기는 때로는 서정적이며 때로는 강렬하고 급박한 현장감으로 진행돼 두 가지의 매력으로서 읽는 이에게 다가설 것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장혜영
1955년 3월 2일 출생으로, 국어교사 및 격월간지 편집 일을 했다. 현재는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화엄사의 종소리』외 70여 편의 단편소설과 『그림자들의 전쟁』외 10여 편의 중편소설, 『살아남은 전설』외 5부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학술서 "한국을 해부한다"는 대학교재로 선정되었다.
목차/책속으로
목차보기
작가의 말
1장_안개 내린 서울
2장_고요한 은파강
3장_뜨거운 호수
4장_꿈틀거리는 은파강
5장_사랑과 이별
6장_붉은 홍수
7장_그윽한 여름
8장_안개 짙은 서울
9장_압록강을 넘어서
10장_ 지리산의 정한
책속으로
“최덕구 그놈 내 손으로 죽여 버리지 못한 게 평생 한인데 그놈 씨알머리한테 전쟁담을 들려주라고? 내 몸에는 아직도 그놈의 삽날에 찍힌 상처자국이 있다. 어디 눈 똑바로 뜨고 봐!”
한상권은 옷자락을 부득부득 걷어 올리며 상처의 흔적들을 보여주었다.
준호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혹하여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리구 이 배와 다리엔 북괴군 놈들의 총에 맞은 철환이 아직도 박혀있다. 그러니까 당장 나가! 다신 내 집에 코빼기도 드러내지 마.”
노인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고 이마의 상처는 독기 오른 구렁이처럼 꿈틀거렸다.
궁지에 빠진 준호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엉거주춤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p.38
각목으로도 난타하고 숯불에 벌겋게 달군 쇠꼬챙이로도 벌거벗은 등짝을 때렸다. 쇠꼬챙이가 살갗에 닿을 때마다 찌르륵- 찌르륵- 살타는 냄새가 풍겼다.
모진 고문에 견디다 못해 거듭 실신하던 덕민은 물을 끼얹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중에는 콘크리트바닥에 똥오줌까지 배설했다. 전신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기고 멍이 들었다.
종수와 매질을 하던 순사들도 기진맥진하여 여기저기 너부러졌다.
그러나 이튿날에도 야마토는 한종수더러 덕민을 끌어내어 매질을 하게 했다.
덕민은 걸음을 걷지도 못해 두 순사가 개 끌 듯 질질 끌어왔다. 척추가 부러졌는지 콘크리트바닥에 늘어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가죽채찍으로 몇 번 내리치자 금방 정신을 잃었다. 반듯하게 눕혀 놓고 콧구멍에 고춧가루 물을 퍼부었다. 한참 캑캑거리더니 다시 졸도하고 말았다. 만신창이가 된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 pp.175~176
출판사 리뷰
사랑과 원한의 붉은빛 이중주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인 유학생 최준호가 저서 『6.25 참전자 실록』을 쓰기 위해 한종수를 찾아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는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할아버지 세대가 겪은 6.25라는 민족 전쟁사를 적기 위해 그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담을 필요로 한다. 그러던 중 알게 된 한종수라는 노인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죽었다고 장담한, 자신의 가족과 직접적인 원한 관계에 있는 인물이기에 준호는 그를 통해 자신의 할아버지의 의견과는 대조적인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전쟁담을 적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한종수를 찾아간다. 하지만 준호가 최덕구의 손자라는 사실을 안 한종수는 그를 박대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지 않으려 한다. 아직도 당시의 삶을 살아간 이들의 가슴속에는 당대의 한과 설움이 남아 있는 것이다.
현재의 준호가 한종수를 찾아가고 그의 손녀 유리를 만나는 이야기와 준호의 할아버지 최덕구가 살던 시절부터 두 집안 사이에 원한이 쌓이게 된 이야기가 맞물리며 소설은 전개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현재 상황에 대한 의문이 과거 이야기가 진행되며 하나 씩 풀려가는 재미를 소설은 주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잔잔한 사랑 이야기와 두 남녀의 진지한 사유로 진행되는 반면 과거 이야기는 때로는 서정적이며 때로는 강렬하고 급박한 현장감으로 진행돼 두 가지의 매력으로서 읽는 이에게 다가선다.
현실의 준호와 유리가 사랑으로 발전되는 관계와 반대로 과거 상황은 점차 원한이 깊어지며 갈등의 고조를 점점 극대화시킨다. 덕구와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던 곱단이가 빚 때문에 한종수의 첩으로 가는 빈부 격차 문제를 시작으로, 공산주의 이념이 들어오고 전쟁이 시작되며 사상, 이념적인 문제로 빚어진 덕민의 죽음과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들, 그리고 이로 인해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에 대한 원한으로 전쟁에 임하는 두 집안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러한 앙숙인 두 집안의 이야기에서 6.25 전쟁을 겪으며 소설은 그 시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겼었을 아픔의 이야기로 변화해 간다. 이제 소설은 개인사가 아닌 한 시대의 역사로서 처참한 전쟁의 광경,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서로 싸우며 느끼는 괴리감 등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또한 소설은 현실에서 준호의 앞집에 사는 지은이라는 인물을 통해 6.25 시기의 사람들이 겪었던 아픔이 비단 준호네만이 아닌 보편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준다. 최덕구, 한종수네가 아닌 제3자인 지은이라는 인물의 삶을 보여줌으로서 보편적 시대상을 구축해낸 것이다. 그리고 지은과 탈북청년 명철과의 사랑, 그리고 준호와 유리와의 사랑을 통해 과거를 딛고 두 개로 나뉜 사람들이 화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두 집안의 원한, 빈부격차가 있던 시기의 아픔, 시대적 상처, 소설은 이러한 것들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6.25를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그러한 아픔을 겪은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소설을 읽으며 현재의 분단 상황과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이끌어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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