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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피니언] 너무 심각한 史劇의 역사 왜곡

by 8866 2007. 2. 20.
[오피니언] 너무 심각한 史劇의 역사 왜곡

▲ 황원갑 소설가·역사연구가
최근 안방극장에서 사극이 인기다. SBS의 ‘주몽’에 이어 MBC에서는 ‘연개소문’이 방영되고 있으며, KBS에서도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한 사극을 준비 중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사극의 주인공은 모두 고구려인이다. 시조 동명성왕,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이룩한 광개토대왕, 당나라 침략군을 물리친 연개소문 등 모두가 자랑스러운 고구려인이다.

사극이든 역사소설이든 우리 역사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선조들의 빛나는 업적에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요즘 일부 사극의 작가가 ‘사극은 일반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기본 상식을 무시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사극은 보는 재미뿐 아니라 모르고 있었던 역사도 배우고, 또 그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교훈도 얻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 실체를 왜곡하거나 날조해서는 안 된다. 드라마 작가의 상상력은 지엽적 묘사에서 그쳐야지 사실(史實)까지 날조하도록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철저한 고증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방영되고 있는 ‘주몽’과 ‘연개소문’은 작가의 상상력이 지나치다 못해 거의 판타지 수준이다. ‘주몽’에서 여주인공 소서노가 처녀 때 주몽을 만났다는 설정은 잘못됐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의 ‘시조 온조왕’ 조에 따르면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한 것은 그의 나이 22세 때요, 당시 소서노는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이 딸린 8세 연상의 과부였다. 그럼에도 작가는 단순히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소서노를 처녀로 만들었다.

‘연개소문’의 작가적 상상력은 비약이 더욱 심하다. 이미 죽은 여자가 화려한 미모를 과시하며 왕의 여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김대문의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이 그렇다. 미실은 진흥왕부터 진평왕까지 신라 왕실을 성 추문으로 얼룩지게 만든 여인이다. 미실은 진흥왕 5년(544) 무렵 태어나 진평왕 28년(606) 무렵 60여 세로 죽었다. 그때 진평왕 17년(595)에 태어난 김유신은 11세.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화랑 김유신이 자신의 낭도인 용화향도를 이끌고 무술을 연마할 때는 진평왕 35년(613) 무렵이니 미실이 죽은 지 7년 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실이 버젓이 등장하니 이 무슨 망발인가. 또 김유신이 18세에 화랑 중의 화랑인 풍월주가 되었을 때 연개소문은 태어나기도 전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개소문의 김유신 집 종살이니 화랑도 수련이니 하는 것은 난데없는 소리다.

이 밖에도 연개소문의 부친 연태조가 고구려·수나라 전쟁 때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주술사처럼 나오는가 하면, 고구려·당나라 전쟁 때 총사령관 연개소문이 시골의 작은 성 안시성에서 전쟁을 총지휘하고, ‘삼국지’의 관우처럼 청룡도를 휘두르며 적군을 무찔렀다니 실소가 절로 터져 나온다. 역사소설이든 사극이든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과 날조에는 분개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이 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해서야 될 일인가.

황원갑 소설가·역사연구가
입력 : 2006.09.03 23: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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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구려 사극
글쓴이 : 아름다운 청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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