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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판

[스크랩] 고대 아시아의 영웅 묵돌선우 이야기

by 8866 2006. 10. 2.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했을 무렵 북방 유목 민족인 흉노족의 왕 두만은 몽골고원의 여러 민족 사이에서 연합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그의 아들이 바로 한나라를 세운 유방조차도 굴복한 영웅 묵돌로서 스스로 선우(선우란 흉노의 군주 칭호로서 ‘가한’ 이전에 사용되었다)라고 칭했다.

묵돌선우는 남만주의 동호, 북방의 정령, 서방의 월지, 예니세이강 상류의 키르기스 등 주변국을 모두 정복하고, 중국의 산시성 북쪽을 침략했다. 한나라 고조가 친히 북진하여 요격했으나 포위되어 간신히 탈출했다. 한나라는 한황실의 공주를 묵돌에게 시집보내고 매년 견직물, 쌀, 술 등을 바치기로 하고 흉노와 겨우 화의할 수 있었다.

그 후 한나라는 무제 때를 제외하고는 흉노에 대하여 한번도 공세적 입장을 취하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다. 비록 중국사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흉노의 묵돌선우는 아시아 고대사에서 가장 뛰어난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묵돌선우가 있었기에 훗날 몽골족의 징기스칸과 고구려의 광개토왕, 훈족의 아틸라 같은 영웅이 탄생했는지 모른다.

 

묵돌이 선우 자리에 올랐을 때 동방에서는 동호가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묵돌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선우가 되었다고 하자 동호의 왕이 사자를 보내 천리마(하루에 천리를 뛴다고 하는 준마)를 요구해왔다. 묵돌이 측근들과 상의하자, 모두 흉노의 보물인 천리마를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묵돌은 아낌없이 천리마를 내주었다. “한 마리 말을 아낌으로써 이웃 나라와 우의를 저버릴 수 없다.”

동호는 묵돌선우를 얕보고 이번에는 애첩을 하나 양도하라고 요구해왔다. 묵돌이 측근에게 의논하니 모두 성을 내며 반대했다. “왕비를 요구하다니 무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부디 공격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하지만 묵돌은 “계집 하나를 아낌으로써 이웃과 우의를 저버릴 수 없다”라고 하며, 애첩 하나를 동호에 보냈다.

동호는 더욱 교만해지더니 이윽고 흉노 사이에 있는 국경을 넘어오기 시작했다. 두 나라 사이에는 천여 리에 걸쳐 인가(人家) 하나 없는 불모지가 있었다. 동호왕은 그 땅을 요구해왔다.

묵돌선우가 의견을 묻자 신하들은 모두 쓸모없는 땅이니 주어버리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묵돌은 격노했다.

“토지는 나라의 근본이다. 동호에게 줄 수는 없다.”

묵돌선우는 땅을 주어도 좋다고 말하는 자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그리고 전군을 소집한 후 스스로 말에 올라 말했다. “나라의 근본을 요구하는 동호를 토벌하러 출전한다. 늦는 자는 베겠다.”

동호는 처음부터 묵돌을 업신여기고 있었으므로 방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묵돌은 삽시에 동호를 격파하고 왕을 죽였으며, 주민을 사로잡고 가축을 빼앗았다. 그리고 잇달아 서쪽으로 진격하여 월지국을 패주시켰다. 또한 남쪽으로 오르도스의 누번왕과 백양왕 등의 영지를 병합했으며, 일찍이 중국 진시황 시절 몽염 장군에게 빼앗겼던 영토를 모두 회복시켰다.

이 유명한 이야기는 두 가지를 상징한다. 묵돌선우는 군주로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알았다. 그는 상대의 요구대로 천리마와 애첩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황무지라도 나라의 근본인 국토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러시아가 미국에 알래스카를 100만 달러에 팔아먹은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가 분명하지 않은가.

또하나는 군사력이 충분해질 때까지 상대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며 인내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상대로 하여금 방심하게 했다. 묵돌선우는 비로소 힘이 갖춰지자 동호를 비롯해 주변국을 일시에 평정해버렸다.

출처 : 세상을 바꾼 은은한 향기
글쓴이 : 수채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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