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언덕을 넘고, 양심의 강을 건너
이 소설은 표면의 두터운 커튼을 열면 내면의 공간에 하나의 견고한 불륜의 언덕이 가로막혀 있으며 그 아래에는 또 하나의 은밀한 양심의 강이 흐른다. 주인공 한태주는 이 언덕을 넘고 은밀한 강을 건너서야 비로소 서다요와의 그 파란만장한 사랑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 다요와 백민호의 약혼과 결혼은 태주와의 사랑을 가로막은 불륜의 언덕이다. 하지만 그들은 불륜을 무릅쓴 채 욕망의 오솔길을 따라 포옹과 키스로 사랑의 꽃밭을 가꿔나간다. 다요의 혼례식 날에는 신부가 웨딩홀에서 가만히 빠져나와 호텔에서 태주와 성관계를 가진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결혼 후에도 두 사람은 몰래 만나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시들어 가는 사랑의 꽃에 물을 준다.
태주와 고정애는 대학생시절에 시골에서 우연하게 만나 절은 혈기의 실수로 성관계를 가진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태주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고 살아온 고정애와 태주는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태주―네흘류도프는 정애―카츄샤에 대한 양심의 가책과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다요를 사랑해야만 한다. 그 양심의 강을 건넌다는 것은, 자칫 발이라도 삐끗하면 익사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과정이다. 하지만 고정애의 희생으로 그 강을 무사하게 건너게 된다.
태주가 육체적인 성 쾌락을 목적으로 사귄 강바람(윤하늘)은 다요를 사랑하게 된 이후에는 그 관계를 중단한다. 하지만 태주와 다요의 사랑이 끝나게 되었을 때 태주는 애를 가지려는 강바람의 요구에 의해 그녀와 다시 한 번 성관계를 가진다. 다요에 대한 사랑 때문에 태주가 건너야 했던 강바람이라는 이 양심의 강은 그야말로 깊고도 드넓은 바다였다. 하지만 강바람의 흔쾌한 희생으로 이 양심의 강물도 무사하게 건널 수 있었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태주가 넘은 언덕과 강은 한마디로 압축하면 “유리언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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