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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조병화/고독하자는 것은 (외1수)

by 8866 2009. 10. 16.

 

 

 

고독하다는 것은/조병화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널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널 가지고 있다는 거다.

 

만남과 이별/조병화


만남의 기쁨이
어찌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나를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나를 슬프게 한 사람이나
내가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내가 슬프게 한 사람이나

인생은 그저 만났다간 헤어지는 곳
그렇게 만났다간 헤어져가야 하는
먼 윤회의 길

지금 새로 기쁨으로 만났다 한들
머지 않아 헤어져야 하는 슬픔
어찌 이 새로운 만남을 기쁘다고만 하리

눈물로 눈물로 우리 서로 눈물로
숨어서 울며, 웃으며 헤어져야 할
이 만남과 헤어짐

정이 깊을 수록 더욱 마음이 저려지려니
이 인생의 만남을
어찌 그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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