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 서구의 철학적 전통에 반기를 든 해체주의를 주창해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사상가이자 문명비평가이다. 서구 철학 근본에 자리잡고 있는 본질과 현상의 이분법을 파괴하면서 세계 철학계를 뒤흔들었다. 철학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철학을 대신한 그를 학자들은 프로이트, 니체, 하이데거의 뒤를 잇는 `반(反)철학` 후계자로 불렀다. 서양철학이 추구해 온 이성중심 사고를 비판하며 '해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문학비평을 시도한 인물이다. 그는 ‘말을 중심으로 하는 진실과 확실성은 허상일 수 있다’며 언어를 개념과 대상에서 해방시킬 것을 주장했다. 언어를 기초에 두고 철학세계를 만들어간 그는 ‘글쓴이의 의도가 텍스트를 통해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며, 텍스트는 늘 다양한 차원의 의미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기존 철학계를 지배해온 통일성이나 명료함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철학의 근본적인 목적과 양식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플라톤 이후 서구철학의 근본인 형이상학적 확실성을 비판하고, 관련 이론과 사상에 대한 학설에 반기를 들면서 20세기 후반 현대 철학계 거장으로 자리잡았다. 주요 저서로 『차이와 반복』『그라마톨로지』『글쓰기와 차이』『철학의 여백』『마르크스의 유령들』등이 있다. 『그라마톨로지』 1) 개괄 데리다는『그라마톨로지』를 통해 기호의 형태적 요소인 ‘그라마’ 및 문자적 기록의 본성과 유래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서구 형이상학 전통에 대한 비판이다. 데리다는 플라톤 이후 기존 형이상학이 지금 여기 있는 것을 1차적인 것으로 보는 이른바 ‘현전(現前)의 형이상학’이라고 비판한다. 현전의 형이상학은 인종 중심주의, 소리 중심주의, 로고스(이성) 중심주의이다. 이 전통에 따라 음성언어는 영혼과 본질적이고 직접적 근접성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 반면, 문자언어는 원래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존재의 반영 또는 그림자로 멸시됐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이상의 세계, 혹은 일자(一者)가 따로 있다는 믿음, 그것에서 출발하는 현전의 형이상학은 결국 모든 가치의 서열 체계를 매기려는 욕망이며, 따라서 억압의 구조라고 데리다는 폭로한다. 여기서 데리다의 사상을 집약하는 ‘해체’의 개념이 등장한다. 해체의 궁극적 겨냥점은 ‘울타리 엿보기’이다. 형이상학은 닫혀진 원이 아니며 울타리 너머에는 끊임없이 운동하는 복수의 진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데리다에 따르면 해체는 파괴가 아니라 기존 사유 체계의 한계를 교정하는 것이다. 2) 책의 종언과 에크리튀르(음성과 기의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문자)의 개시 역사적 형이상학적 시대는 궁극적으로 그 불확실한 지평의 총체성을 언어로 규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정한 태도와 근본적으로 필연적인 동기에 따라 사람들은 행동, 운동, 사고, 반성, 무의식, 경험, 정서 등에 언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 모든 것을 포괄하고 지칭하기 위해, 나아가 이 활동들의 본질과 내용을 기술하기 위해 ‘에크리튀르’라는 말을 사용할 것이다. 이는 서구의 거대한 형이상학적, 과학적, 기술적, 경제적 모험의 배경인 표음 문자가 이미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한계가 그어졌으며, 음성 문자가 자신의 문자 양식에서 벗어난 문화적 풍토에 자기의 법칙을 부과하고 관철시키는 그 순간 바로 스스로의 한계를 긋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이러한 에크리튀르를 지배하는 소위 합리성은 더 이상 로고스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로고스는 문자 언어를 다만 진리를 전달하는 매개체의 모방적 매개체로, 의미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저능화시킨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지배적 개념들과, 사유 태도의 체계적, 역사적 연대를 명증하게 드러내는 것에 있다. 본질적으로 신학적인 기호의 시대는 이미 굳건한 울타리를 치고 있으며, 이 울타리 바깥을 엿보는 행위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고스라는 요소에 의해, 또 그 요소 속에서 이미 성립된 진리 또는 의미는 기호에 선행한다. 소위 은유라는 것이 자연적, 보편적 문자 언어, 즉 지성적 비시간적 문자 언어를 명명해 버린다. 마음과 영혼 속에 각인된 신의 문자가 선하고 자연적이며, 타락하고 인위적인 문자 언어는 육체의 외면성 속에 유배된 기술이라는 관점은 플라톤적 도식에 대한 비판 없는 받아들임이다. 사유 또는 존재의 질문이라는 이름 아래 심오하게 성찰된 모든 것은 사실 자신도 모르게 실제로 사용하는 한물간 단어 중심의 옛 언어학 속에 갇혀 있는 것이다. 데리다가 선언하는 책의 종언은 책의 소멸을 말하지 않는다. 그가 제기하는 문제는 그 책을 통하여 문화에 대한 주도력을 행사해온 배후의 존재론적 사유이다. 그리스이래 서양의 문화는 로고스중심주의에 의하여 주도되어 왔고, 그런 형이상학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상징하는 것이 책의 관념 혹은 근대의 작품과 저자의 관념이다. 책의 종언이란 그 로고스중심주의의 소멸이 아니라 그것이 행사해왔던 주도적 지배력의 상실을 말한다. 3) 언어학과 문자학 문자와 언어의 기원에 대한 질문은 쉽사리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에도 문자학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현대 언어 과학과 연결시키는 일이 거의 없으며, 언어학은 노골적이고 고집스러운 만장일치에 의해 과학성의 모범을 갖춘 분야로 간주된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서구 전통에 따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음성 문자와 단어로 이루어진 언어 모델을 중심으로 문자에서 협소하고 파생적인 기능만을 인정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소쉬르는 음성문자라는 기정 사실을 지대한 것이며, 모든 문화와 과학을 지배하고 있고, 다른 기정 사실과 견주어볼 때 탁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는 실제로 문자 체계의 수를 두 가지로 제한했으며, 그 두 가지 모두 구어의 표상 체계로 정의한다. 일종의 기호 체계로 정의된 문자이기 때문에 상징적이거나 구상적 문자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회화 문자 또는 자연 문자란 개념은 소쉬르에게는 모순되는 개념이다. 소쉬르는 문자에 의한 오염, 균형, 또는 위협을 마치 도덕주의자, 설교자의 어조로 비난하며, 그 어조는 마치 현대 논리 과학이 자율성과 과학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단을 심판해야 해던 것과 마찬가지의 어조이다. 그의 논증은 이론적 오류와 도덕적 결점을 꼬집기보다는 일종의 오점, 무엇보다도 일종의 원죄를 염두에 둔 것이다. 서구 전통에서 문자, 철자, 감각적 기록 등은 언제나 정신, 호흡, 태초의 말씀, 로고스의 바깥에 존재하는 육체와 물질로 간주되어 왔다. 그리고 영혼과 육체의 문제는 아마 문자의 문제에서 파생되었을 터인데 반대로 문자의 문제는 영혼과 육체의 구분에서 그 비유를 찾고 있다. 플라톤은 문자를 망각이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문자가 로고스 자체를 벗어난 것이자 중개이기 때문이다. 문자 없이도 로고스는 그 자체로 남아 있을 것이며, 문자는 로고스 속에서 오히려 영혼에 존재하는 의미가 자연적이고 일차적으로 현전하는 것을 은폐한다. 문자 언어는 자연 언어의 살아 있는 역사에서 벗어나 그를 고정하기 위해 만든 인공 언어처럼 괴상 망측하며 자연에서 일탈하는 것이다. 이러한 로고스 중심주의는 본질적 이유에서 문자 언어의 근원과 위상에 대한 일체의 자유로운 성찰과 문자 과학을 괄호에 집어넣고, 그것을 지연시키고 억압했다. 따라서 언어 과학은 자연적 관계, 즉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 사이의 단순하고 본초적인 관계, 다시 말해 안쪽과 바깥쪽의 관계를 되찾아야 한다. 왜 언어 일반의 내적 체계와 관련된 일반 언어학의 기획은 외래성 일반으로서 기능하는 문자라는 특수 체계, 지극히 중요하며 사실은 보편적인 체계를 배제시키면서 그 영역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가.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의 관계는 더욱 세심하고 면밀한 분석을 요구한다. 만약 문자 언어가 기호 표기를, 무엇보다도 기호의 지속적인 제도를 의미한다면, 문자 언어 일반은 언어 기호의 모든 영역을 포괄할 것이다. 기호의 자의성이란 이름으로 문자 언어를 언어 체계의 이미지로 파악한 소쉬르의 정의는 부인되어야 한다. 문자 개념의 처리는 로고스 중심주의 형이상학 등의 가장 큰 총체성에 대한 해체에 착수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훔쳐온 글) |
출처 : 두이노의 悲歌
글쓴이 : 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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