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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

[스크랩] 데리다 떠나다

by 8866 2005. 10. 17.
데리다, 이분법적 대립구도 해체 '脫현대 기수'
'해체의 철학' 남기고 간 佛 석학 데리다
데리다적 글쓰기·책읽기 방법론 신화
만델라 석방운동 등 현실참여 적극적


10일 사망한 해체주의의 기수 자크 데리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뿌리로 둔 서구 형이상학의 전통에서 출발, ‘철학의 이단’으로 나아가 마침내 ‘이단의 철학’을 현대 철학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걸출한 학자였다.

그는 1930년 프랑스령 알제리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파리로 이주한 그는 프랑스 인문학의 산실인 고등사범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대입자격시험에 낙방한 적이 있는 그는 교수자격시험에도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에야 합격해, 60년 소르본대에서 교수로 첫 발을 내딛는다. 이후 데리다는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 모교인 고등사범학교, 미국 존스홉킨스대, 뉴욕대 등을 두루 돌며 알튀세, 르네지라르, 폴 드만, 라캉 등 당대의 석학과 교유했다.

그의 ‘해체주의’ 사상은 60년대까지 프랑스 국내에서는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반면 미국 등 해외에서 호응을 얻었으며, 75년 미 예일대에서 강의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81년 체코 프라하에서 반체제 지식인들과 모임을 가진 혐의로 수일 간 구금되지만 프랑스 정부의 개입으로 석방됐고, 국제철학학교 초대 교장과 파리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가 됐던 83년 이후 인종차별 철폐 등 인권운동에 나서며 참여적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해체주의’는 인류의 철학적 유산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도식화하자면, 그에게 언어란 ‘대상과 주체의 의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소통수단’이다.

특히 특정 (언어적)기호의 의미는 잇따라 나오는 다른 기호에 의해 끊임없이 재조정되어야 하지만 철학적 정전(正典)은 그렇지 못하다. 이처럼 불완전한 언어로 불변의 진리를 드러낼 수 없다는 인식이 전통적 철학과 사상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토대이자, 자크 데리다의 ‘해체’ 전략의 출발선이었다.

그는 구조주의 언어학자 소쉬르처럼 ‘말’의 우위에 기초한 철학적 인식론(음성어 중심주의)과 진리, 실체, 신과 같은 초월적 상징에 대한 철학의 전통을 이어 온 ‘로고스주의’ 등과 거리를 두고 주체와 객체, 자연과 문화, 본질과 현상, 정신과 물질 등 이분법적 대립구도 자체를 해체했다. 그는 한쪽의 개념 속에 다른 쪽의 개념이 이미 내재하는 것으로 보고, 그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해체의 방법론을 삼았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문학과 영화, 회화 등의 예술 영역과 철학, 정치, 경제, 법, 건축 등 다방면의 학문 영역 간의 경계 허물기로 이어져 그 특유의 난해하고 분방한 사유적 업적을 남겼으며 ‘데리다적 글 쓰기’ ‘데리다적 책 읽기’라는 방법론의 신화를 낳기도 했다.

서울대 장경렬(영문) 교수는 한 글에서 “그의 글이 난해한 것은 그가 글쓰기 자체에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임상적이고 실험적으로 표현, 중의적인 단어나 구절을 자주 사용하고 수사학적 어법과 철학적 논증을 교묘하게 결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전적 문체로 대변되는 이론 정연한 담론 양식을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하는 그의 글을 두고 ‘균열과 파편화의 문체’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전의 그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모방하는 현상에 대해 “모방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지만, 모방에는 최선과 최악의 양극단이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남긴 해체철학의 문제의식은 지적 허무주의라는 공격과, ‘진리 부재’의 주장 자체가 다른 형태의 진리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니체 하이데거 등이 제기했던 ‘형이상학의 극복, 혹은 반(反)철학’이라는 과제를 계승하고 있는 그의 지적 모험은 당대의 석학인 들뢰즈, 푸코 등과 함께 ‘탈현대’라는 광범위한 지적 대륙을 구축, 현대 철학에 생산성과 역동성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 받고있다. 저서로는 ‘기록과 차이’ ‘철학의 여백’ ‘조종’ ‘마르크스의 유령들’ ‘법의 힘’ 등이 있으며 대부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출처 : 어른되기의 어려움 |글쓴이 : lst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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