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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스크랩] [발표주제] 사극의 역사 왜곡

by 8866 2007. 2. 20.
 

༻주제에 대한 조사༺

최근 중국의 한국 고대사 왜곡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한중간 외교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가운데 MBC의 주몽, SBS의 연개소문, KBS의 대조영 등 고구려와 발해를 다룬 사극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해당방송사들은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고구려 발해 등 고대사 정신을 담은 사극을 준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SBS 사극 <연개소문>이 안시성전투를 연개소문이 직접 지휘하고, 치우천왕 단군에게 제사지내는 장면 등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을 받는 등, 현재 방영되고 있는 사극들에 대해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과 날조에는 분개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늘고 있다. 또한, 역사적 상상력의 남용이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사극이 역사 왜곡을 한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태조왕건에서 왕건은 부하장수들이 나라를 구하라는 대의에 떠밀려 반역을 결행한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역사가들은 왕건이 이미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을 것으로 본다.

2. 태조왕건에서 견훤의 백제는 불량한 국가가 아니었으나, 완전히 적국으로 묘사되었다.

3. 여인천하에서 윤원형을 문정왕후의 오빠로 설정했지만, 실제로 문정왕후의 동생이다.

4. 대장금에서 장금이를 궁중음식의 달인이라고 했으나, 조선왕조실록에는 ‘왕의 병환에 오령산, 밀정 등의 약재를 썼다’와 ‘호산護産의 공이 있다’라는 말에서 보이듯 약재에 밝았던 전형적인 의녀이다.

5. 허준에서는 허준이 스승의 시신 해부를 해서 인체해부도를 그렸다고 했으나, 어떤 사료에도 허준이 시신을 해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며, 허준의 한의학은 결코 시체 해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6. 주몽에서 소서노는 처녀로 나오지만,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한 22세 당시 주몽보다 8세 연상인 두 아들이 딸린 과부였다.

7. 연개소문에서 안시성 전투를 연개소문이 직접 지휘했다고 나오지만, 그 주역인 성주가 누구인지는 사료에 없다. (cf. 북한에서는 안시성주를 양만춘 장군이라고 쓰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사극은 역사를 전제로 하는 만큼 역사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극은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중문화로서 극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허구를 사용할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하나의 작품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사극: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서 제재를 빌려 온 희곡 또는 연극

※픽션: 실제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써 창조한 가공적인 이야기[소설 따위]


༻전문가․관련자의 찬성의견༺

오늘 날의 역사는 역사가에 의해 선택되는 집약적 기억의 주입이 아니라 대중에 의해 소비되는 기억의 재구성으로 변모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fact)을 토대로 상상(fiction)의 날개를 펼치는 오늘날 사극의 전성시대를 ‘팩션(faction)시대’라고 규정하며 역사가 기억의 ‘공급논리’에서 벗어나 ‘수요논리’에 의해 지배받는 시대가 왔다. 과거에는 역사가 권력가의 입맛에 맞게 선택된 단일품목으로 공급되는 소품종 다량생산 시대였다면 지금은 그 역사를 소비하는 대중의 입맛에 맞게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역사학자 김기봉 경기대 교수 이 논리는 포스트모던 역사론 으로 ‘모든 기억 또는 역사 해석은 동등하다’는 상대주의 다원론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구려 역사는 삼국사기 등 신라의 기록이나 혹은 중국의 기록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자료가 많아졌지만 이전까지 고구려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었다. 당나라와 손잡고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쓴 역사를 바탕으로 고구려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교과서에는 한민족이 한번도 먼저 공격한 적이 없다고 적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중원을 놓고 당나라와 일대 결전을 치를 만큼 고구려는 강대국이었고, 연개소문은 이를 이끌었던 영웅이다. 중국 경극에는 연구소문을 무섭고 악한 존재로 다룬다. 이는 반대로 연개소문이 그만큼 우리에게는 대단한 영웅이었다는 반증이다. 연개소문이 안시성 전투에 등장하는 설정에 대해서는, 역사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지만, 당태종이 연개소문에게 활을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연개소문이 충분히 안시성에 있었다는 개연성이 있다 -연개소문 이환경 작가


༻(찬성)사극의 역사 왜곡은 인정되어야 한다༺

첫째, 고대사는 기록이 적어서 상상력으로 채워야 한다. 아테네의 고고학 박물관에 가면 B.C 몇 천 년 전 유물들도 너무 많아 자리 하나 차지 못하고 무더기로 쌓여 있다. 첫째, 고대사는 기록이 적어서 상상력으로 채워야 한다. 아테네의 고고학 박물관에 가면 B.C 몇 천 년 전 유물들도 너무 많아 자리 하나 차지 못하고 무더기로 쌓여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고대사는 <삼국유사><삼국사기>, 중국사서의 <동이전>을 발췌한 것 정도가 전부다. 그래서 국사 교과서의 초기 국가편(부여, 옥저, 동예 등의 국가들)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사실상 베끼다시피 서술했다고 한다. “고대사는 천재가 연구하고, 중세사는 보통사람이 연구하고, 근대사는 체력으로 연구한다”는 말이 있다. 고대는 사료가 적어 상상력을 많이 발휘해야 하니 천재가 연구하고, 중세는 양이 적당해서 보통사람이 연구하고 근대는 자료가 많아 누가 많이 보느냐 싸움이니 체력으로 한다는 뜻이다. 고대사는 군데군데 구멍이 난 곳에 무엇이 써있었는지 복원해야 하는 고문서와 같다. 구멍 난 부분을 바르게 복원하려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학자들도 궁리를 거듭해 많은 학설을 내놓았고, 상당수가 갑론을박 중이다. 어떤 학설을 명쾌하게 부정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사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에 역사 왜곡이라고 해서 정사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둘째, 사극은 드라마일 뿐이다. 물론 사극에 어느 정도의 역사적 사실이 반영되는 것은 사실이나 사전에 명시되어 있듯, 사극은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일 뿐이다. 역사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만든 내용을 역사책과 다르다고 딴죽을 건다면 재미있고 감동적인 사극은 포기하고 현대를 무대로 한 드라마만 만들어야 한다. 사극은 역사를 재현해 내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작가에 의해서 재창조되는 하나의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그러므로 사극은 작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 되어야 하며, 사극에 반드시 철저한 역사적 사실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셋째, 사극에서의 역사 왜곡이 한 사람의 역사적 가치관을 크게 좌우하거나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주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문정왕후의 동생인 윤원형을 문정왕후의 오빠라고 알았다고 해서, 혹은, 허준이 스승의 시체를 해부했다는 사실무근의 일을 믿고 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느 단편적인 면에서 잘못된 상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거나 역사에 대한 가치관을 적립하는 데 있어서, 큰 무리나 부작용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작가에 의해 역사와 다르게 재구성된 사극, 그 자체가 불안정하고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杞憂다.


༻해결 방안༺

시청자들에게 사극은 역사를 진실로만 구성한 것이 아니라, 허구가 가미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밝혀야 한다. 방법으로는, 첫째, 사극의 시작 전에 픽션을 인정하는 문구를 넣는 것이다. 둘째, 사극을 방영할 때 해당 편의 내용에 대해서 끝부분에, 실제 역사학계에서의 학문적 고증자료를 중심으로 간단한 역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방영하는 것이다. 이때 다큐의 내용을 사극의 스토리와 견주어 편집한다면, 딱딱할 수 있는 다큐의 흥미를 더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사극의 픽션적 재미와 실제 역사의 문제를 구분해서 보는 시각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동화가 될 이야기
글쓴이 : 월소유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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