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버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중앙일보 유권하 특파원이 쓴 글이네요.
너무 길어서 읽기 어려우신분은 바로 아래 단락만 읽어 보시고 시간이 많으신분은 다 읽어 보세요.
그리고 이번 황우석 교수 사건에 비춰서 한번쯤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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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라는 책의 골자를 소개하자면.
"기존의 사고틀로는 더 이상 변화된 현실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냉전체제가 무너졌는데도 아직 사람의 의식구조에는 근대 민족국가 시절의 양분법적 사고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경제는 물론 사회 각 분야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국경의 의미가 없다. 계급이나 국적에 따른 구분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모든 부분이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잣대로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이럴 수 있으면서 저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늘고 있다. 이처럼 변화된 현실에서 예전의 사고방식을 고집하다가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조언을 담았다."
블로그 원문
울리히 벡 '위험사회' | 사회학적 접근 2005/11/22 17:05
http://blog.naver.com/intekim/80019715869
오늘날 현대사회의 갈등을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세계화와 반세계화간의 충돌이다.
지난주 부산에서는 세계화를 표방하는 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같은 시간 1시간도 채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반 세계화 집회가 열렸다.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만 언론에 전달됐을 뿐 왜 반세계화인지에 대한 목소리는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정상회의가 끝난 뒤 노무현 대통령은 의미있는 말을 했다. 사회 양극화와 격차의 해소가 경제발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고, 다른 모든 정상들도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흔히 사회양극화와 격차 문제를 거론하면 반세계화론자로 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노 대통은 이것이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말에는 일면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사회 양극화와 격차로 인한 갈등은 그 국가의 잠재성장력을 갈아먹는 중요 요인이 되며, 적절한 분배 없는 성장은 곧 불균형한 성장으로 치달아 어느 순간 그 기울기를 감당못해 쓰러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성장은 분배라는 기초와 함께 사회와 국가의 양대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상 그게 쉬운일은 아니다.
분배와 성장은 양립가능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쪽이 한쪽의 희생이라는 토대위에서만 기능하는 일종의 제로섬과 같은 모습을 취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제3세계 어린 노동자들의 희생과 착위 없이는 저 유럽 선진국의 사람들이 나이키 신발을 신을 수 없을 것이다. 생존과 도태라는 시장의 냉정함을 인정하지 않고는 기업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기는 어렵다. 성장은 간혹 평등의 희생을 요하기 때문이다.
이 제로섬과 같은 기능을 조정해주고 플러스 요인으로 돌려놓는 것은 이 시대 국가가 해야할, 그리고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중요 역할이다.
하지만 국가는 이미 자본에 접수된지 오래다. 아니 자본에 접수되지 않고는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그럼 선택은 무엇일까?
시장 자본주의의 합리성에 기대야 할까? 아님 시민사회 등과 같은 강력한 견제장치의 부흥을 꾀해야 할까? 그 대답은 잠시 유보해 두기로 하자....
울리히 벡이 제시한 '시민노동'이라는 개념은 무척 흥미롭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븟한 근로소득보전세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물론 공익적 활동이 아니라 기업노동 활동을 할때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는게 다른 점이긴 하지만....
벡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몇가지 시사점은 던져주고 있는 듯 하다.
관련링크
[이슈] 독일 총선과 대연정
독일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고, 탈출구는 있는가. 최초의 여성 총리가 이끄는 독일 대연정 출범을 계기로 독일의 세계적 사회학자 울리히 벡(61) 교수를 만나 독일 사회와 각국이 당면한 위기에 대해 물었다. 16일 그는 "한국 기자와는 첫 인터뷰"라며 뮌헨대 사회학연구소 소장실에서 2시간여 인터뷰에 응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그의 저서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말해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라는 책의 골자를 소개하자면.
"기존의 사고틀로는 더 이상 변화된 현실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냉전체제가 무너졌는데도 아직 사람의 의식구조에는 근대 민족국가 시절의 양분법적 사고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경제는 물론 사회 각 분야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국경의 의미가 없다. 계급이나 국적에 따른 구분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모든 부분이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잣대로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이럴 수 있으면서 저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늘고 있다. 이처럼 변화된 현실에서 예전의 사고방식을 고집하다가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조언을 담았다."
전 지구적 차원의 위험은 급격히 늘었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처할 제도적 장치는 갖춰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 무슬림들의 소요사태(上), 조류 인플루엔자(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모두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위기다.
-독일 대연정이 22일 출범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었다. 과거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한국과 독일은 정치체제가 다르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기존의 사고틀을 벗어난 제안을 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다. 변화된 현실에 맞춰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과 완전히 다른 사고의 카테고리가 필요하다. 그가 바로 그 점에 공감했다면 내 책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 본다."
-독일 대연정은 좌.우 동거 내각이다. 잘 굴러가겠는가.
"대연정의 성공 여부를 과거처럼 좌.우파와 연계해 전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좌.우파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민족국가에서 복지국가 시대로 넘어가면서 상반된 주장이나 의견이 뒤섞이고 있다. 좌.우의 구분은 상황이나 관점.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념 문제와 관련해 '이것이냐, 아니면 저것이냐'는 양자택일의 사고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이념 논쟁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런 이념논쟁은 유럽에선 사라진 지 오래다. 이데올로기는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독일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출구 없는 위기 상황이다. 카프카의 '변신'이란 소설이 연상된다.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일어나 갑자기 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다. 오늘날 독일이 처한 상황이 바로 그와 흡사하다. 이제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경제번영의 꿈에서 깨어났다. 사회복지국가라는 침대에서 누워지내던 독일은 갑자기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자신을 쳐다보게 된다. 독일은 여전히 침대에 등을 기대고 누워서 버둥거린다. 문제는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점이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독일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카프카 소설 얘기를 더 해 보자. 벌레로 변한 주인공은 침대에 누워 일어서려고 발버둥친다. 비로소 현실이 얼마나 심각하고 끔찍한지 깨닫는다. 변신하기 전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손과 발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이제는 끊임없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발들만 가지고 있다. 카프카야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이 대목은 우연하게도 현재 독일 정부의 개혁 내용과 그 결과를 잘 묘사하고 있다. 많은 발들은 세금인상안이나 연금 축소 등 다양한 개혁안이다. 그러나 제각기 엇박자로 움직이는 모순투성이 개혁안들을 통제하지 못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없는가.
"독일 사람 스스로 변해야 한다. 흔히 세계화 현상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세계화 자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세계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문제다. 정치인도 책임이 많다.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완전 고용과 풍요로운 복지국가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사탕발림을 한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해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그런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20여 년 전 '위험사회'에서 현대를 위험사회로 규정했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전 지구적 차원의 위험은 급격히 늘어났다. 예컨대 세계 금융위기와 자폭테러는 물론이고, 조류 인플루엔자(AI)와 지진해일까지 다양하고 빈번하게 일어난다. 문제는 국제사회가 이러한 위험에 대처할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집단적 재해가 발생하면 이를 책임지고 수습할 제도나 기구가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소요 사태도 위험사회의 사례인가.
"흔히 프랑스의 이민자 통합정책이 실패했기에 이번 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민자의 종교를 지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이민자 2세가 너무나 프랑스 사회에 성공적으로 동화했기에 벌어진 현상이다. 이들은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고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또 프랑스식 교육 덕택에 마음속에 평등이라는 가치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사회에서 차별 격리돼 대도시 외곽에 버려져 있다. 난동에 가담했던 젊은이들은 거의 실업자다. 그런데도 일자리를 달라고 외치기보다 존엄과 인권을 주장했다. 프랑스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나.
"시민노동이라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현재 바이에른주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실업수당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받는 돈이다. 그래서 받는 사람이 수치감과 좌절감을 갖게 돼 결국 사회적인 불만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 난동에 가담했던 프랑스 청소년도 이런 부류다. 시민노동은 실업자가 공익봉사 활동을 하도록 기회를 주고 그 대신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기초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때 받는 수당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공익 활동에 대한 보상이다. 따라서 실업자는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면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유권하 특파원 <뮌헨에서>
울리히 벡 교수는
'제3의 길'을 주창한 영국의 앤서니 기든스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사회학자다. 1944년 동부 독일 포머른주 슈톨프 출생. 프라이부르크.뮌헨 대학에서 법학.사회학.정치학.심리학을 공부했다. 72년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79년 교수자격 시험을 통과했다. 현재 뮌헨대 사회학 연구소장과 런던정경대학(LSE) 교수를 겸하고 있다. 그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시대에 나타는 지구촌의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해 왔다. 86년 출간한 '위험사회'라는 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대표작으로는 '세계화란 무엇인가''정치의 재발견''성찰적 근대화''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등이 있다.
출처 : 맞벌이부부 10년 10억 모으기
글쓴이 : 올림피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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