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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설 "소설 쓰는 쥐 퍼민"

by 8866 2010. 1. 28.

 

신간소설

 

소설 쓰는 쥐 퍼민

 
저자: 샘 새비지(Savage, Sam) 황보석 옮김
출판사: 예담
출간일: 2009년 12월 18일

 

 

책소개

 

책 먹는 쥐 퍼민의 기묘한 인생이야기

『소설 쓰는 쥐 퍼민』은 쥐의 시각과 생각을 빌려 현대인들이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겪는 소외감, 외로움, 가슴 저미는 아픔 등을 유쾌하면서도 심오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전미도서관협회의 ‘주목할 만한 책’과 반즈앤드노블의 ‘위대한 작가 발견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저자소개


저자 샘 새비지Sam savage
예일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강의를 하다가, 출세지향적인 측면이 싫다는 이유로 그만두었다. 그 후 자전거 수리공, 목수, 어부, 활판 인쇄공 같은 다양한 직업을 거쳐, 현재는 위스콘신의 매디슨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소설 『에피 O의 범죄적인 삶The Criminal Life of Effie O.』은 『엘로이즈』와 『죄와 벌』 사이의 간격을 메운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그는 이 작품으로 ‘T.S. 엘리엇과 모리스 샌닥 사이의 건널목’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소설 쓰는 쥐 퍼민』은 그의 첫 번째 소설로, 쥐의 시각과 생각을 빌려 현대인들이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겪는 소외감, 외로움, 가슴 저미는 아픔 등을 유쾌하면서도 심오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전미도서관협회의 ‘주목할 만한 책’과 반즈앤드노블의 ‘위대한 작가 발견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나무늘보의 울음The Cry of the Sloth』 등이 있다.

 

역자

 

황보석 :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문학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달의 궁전』, 『브루클린 풍자극』, 『환상의 책』, 『뉴욕 3부작』, 『공중곡예사』, 『셀프』, 『백년보다 긴 하루』, 『기괴한 라디오』, 『돼지가 우물에 빠졌던 날』, 『에라스무스, 사랑에 빠지다』, 『러브 스토리』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 서평

 

“어떤 책들은 맛을 보아야 하고
어떤 책들을 삼켜야 하며
몇몇 책들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영국의 철학자)

 

책 먹는 쥐 퍼민의 통렬한 자서전


책을 먹고 읽고 쓰며 인간보다 인간적인 쥐의 시각을 빌려 현대인들의 부조리한 삶을 유쾌하면서도 심오하게 그려낸 『소설 쓰는 쥐 퍼민』(예담 刊)이 출간되었다.
보스턴의 한 헌책방 지하실, 세상에서 가장 읽히지 않는 걸작 위에서 열세 번째로 태어난 쥐 퍼민은 형제자매에게 밀려 엄마의 젖 한번 제대로 물어보지 못하고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잠자리로 사용하던 책을 뜯어먹고, 기적적으로 책 읽는 법을 터득한다. 그 뒤로 서점을 휘젓고 돌아다니며 고전을 비롯한 온갖 책을 섭렵하고, 책과 문학과 인간과 사랑에 빠져버린다. 상추 맛조차 『제인 에어』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퍼민. 여기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이 소설은 서점 지하실에서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살며 인간을 흠모하지만, 결코 인간과 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책 먹는 쥐의 통렬한 자서전이다. 몽상가이자 가망 없는 낭만주의자인 쥐가 일인칭 화자로 등장하여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감동적으로 수많은 문학작품과 고전에 빗대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와 같이 쥐의 눈에 비친 인간세계와 그가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소설 쓰는 쥐 퍼민』은 ‘T.S. 엘리엇과 모리스 샌닥 사이의 건널목’이라는 찬사를 받은 샘 새비지의 첫 소설로, 전미도서관협회의 ‘주목할 만한 책’과 반즈앤드노블의 ‘위대한 작가 발견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세계 소설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독특한 창의력과 빼어난 언어 구사력, 감상적이고 암울하면서도 익살맞은 유머,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인간성에 대한 통찰로 꽉 채워진 이 소설은 문학성과 재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탁월한 작품이다.

 

줄거리


 

『위대한 개츠비』보다 더 ‘위대한 퍼민’의 기묘한 이야기


보스턴의 펨브로크 서점에서 한 떠돌이 쥐의 열세 번째 새끼로 태어나 덩치 크고 비열한 형, 누나들에게 밀려 책으로 목숨을 부지해온 고독한 쥐 퍼민. 그는 ‘어떤 책들은 맛을 보아야 하고 어떤 책들은 삼켜야 하며 몇몇 책들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총명하고 ‘사람스러운’ 쥐이다.
퍼민이 처음 책을 먹었을 때, 그에게 한 입의 포크너는 한 입의 플로베르일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그는 책의 페이지, 문장, 단어들마다 미묘하게 맛이 다르며 그것들이 수많은 심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와 춤을 추고,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과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며, 보들레르와 허클베리 핀을 같이 뗏목에 태우기도 하며, 『위대한 개츠비』보다 더 위대한 쥐로 거듭난다!
그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서점 주인 노먼에게 배신을 당하고,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터전인 서점과 극장을 비롯한 가게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되면서 그의 삶 또한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문학성으로 반짝이는 걸출한 비극

 
이 소설은 문학적 야망을 지닌 쥐 퍼민이 우여곡절이 많았던 자신의 삶에 관한 소설 첫머리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고심하는 대목에서 시작된다. 결국 채택된 문장은 ‘이것은 내가 이제껏 들어본 가장 슬픈 이야기다’로, 그 문장은 퍼민 자신이 쥐의 세계에서 벗어난 인생을 꿈꾸며 셰익스피어의 말을 멋대로 인용하고 햄릿을 읊어대지만 결국 ‘찍찍’댈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운명을 지녔음을 암시한다.
퍼민은 그가 꿈꾸는 지적인 세상이 오로지 그가 읽는 책들 속에서만 존재하며 그 자신이 아무리 인간다워도 쥐의 탈을 쓴 탓에 인간들과의 상호작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좌절감과 외로움, 쓰디쓴 고독을 맛본다. 그럼에도 그는 콜 포터와 조지 거슈윈의 곡을 연주하며 재개발로 인해 무자비하게 파괴되는 도시에 끝까지 남아 소설을 써내려간다. 이는 문학이 자신의 삶을 구원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문학의 힘에 기대는, 희망에 찬 비극이다. 매순간 유명한 고전의 저자들과 생생한 상상의 대화를 나누고,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조차 위대한 작가들의 죽음의 순간을 떠올리며 독백을 하는 퍼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풍부한 고전 속에 몸을 맡기고 문학적 환상을 체험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퍼민의 삶을 비극이 아니라 익살맞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책 속의 세상과 실제 세상과의 괴리감을 통해 현대인의 부조리함을, 노먼의 배신을 통해 현대인이 상실한 인간성을, 공상과학소설가 제리를 통해 소통의 부재로 겪는 씁쓸한 고독감을, 그리고 퍼민의 삶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묻고 답함으로써 철학적 사유에 빠져들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문학이 지닌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이 소설은 문학의 환희에 대한 특별한 찬가이다.

 

작가 인터뷰

 

*윌리엄 볼드윈(미국의 소설가이자 논픽션 작가)이 작가 샘 새비지를 인터뷰한 내용을 번역하여 수록했습니다.

질문: 매우 독특한 소설입니다.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나요?
답: 어느 날 나는 미리 구상도 하지 않았는데 소설의 처음 몇 페이지를 지금 책에 실려 있는 것과 꽤 비슷하게 써내려갔지요. 그때 나는 외로움, 허영심, 자기혐오, 병적 흥분이라는 특성을 지닌 쥐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통찰하며 독백하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치유될 수 없는 고독 등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인간이 아닌 쥐에게 부여함으로써 암울하면서도 익살스럽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질문: 퍼민은 어떤 쥐인가요?
답: 퍼민은 외면적인 형태, 먹이, 짧은 수명, 그리고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느 모로 보나 인간과 동일합니다. 종종 책과 영화의 환상에 빠져 자신이 프레드 애스테어(20세기 가장 성공한 대중 무용수)라고 상상하기도 하고, 마치 천국을 거니는 것처럼 서점을 배회하기도 하지요. 또한 장난감 피아노 앞에 앉아 콜 포터나 조지 거슈윈의 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남자와 여러 달 우정을 쌓기도 해요. 그러면서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죠. 즉 퍼민은 문학과 음악과 사람을 사랑하는, 자기 혐오적인 방랑자이자 허영심 강한 현학자, 엉뚱한 몽상가예요.

질문: 퍼민에게 책 속의 세상과 실제 세상은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답: 그가 집착하는 세상은 실제의 세상이 아닌, 흔히 그의 상상 속에서, 책들과 백일몽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그에게 실제의 세상은 미인들을 제외하고는 동경과 갈망의 대상이라기보다 공포의 대상이지요. 따라서 그의 세상에 대한 집착은 쥐답기도 하지만 인간적입니다.

질문: 이 소설 전반에 고독이 묻어납니다. 퍼민은 외롭기 때문에 책읽기를 택한 건가요, 아니면 책읽기를 택했기 때문에 외로운 건가요?
답: 처음에 퍼민은 가족에게서 상궤에 벗어난 괴짜라고 따돌림을 받으며 느끼는 외로움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외로워지지요. 책읽기를 통해 점점 더 인간처럼 되고 그에 따라 점점 더 기형적이 되니까요.

질문: 퍼민은 어떠한 삶을 추구하나요?
답: 퍼민은 『생쥐와 인간』(존 스타인벡 作)에 등장하는 무의미함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레니의 삶도 소설 속에서는 한 인물로서 지위와 관계를 얻으므로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퍼민이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인물이 되는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지요. 소설 전체에 걸쳐 그가 달아놓은 책 제목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즉, 그는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는 결국 성공한 것 같아요. 이 책이 있으니까요.

질문: 작가로서 바람이 있다면요?
답: 찰리 채플린과 존 베리먼이 자기네 관객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독자들을 감동시켜 그들을 웃게 만들고, 그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고 싶습니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놀랍고도 감동적인 소설이다
-커렌 조이 파울러(『제인 오스틴 북클럽』의 저자)

 

 

문학의 환희에 대한 독특하면서도 진지한 찬가!
- 『퍼블리셔스 위클리』

 

 

찰스 디킨스의 양식(樣式)에 커트 보네거트의 냉소적이면서 다정한 느낌을 담고 있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 「LA 타임스」

 

 

『소설 쓰는 쥐 퍼민』은 내가 어떤 종류의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마다 슬며시 옆으로 빗나가 다른 책이 되어버린, 다른 어떤 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대단히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매우 인간적이고 지성적인 쥐의 특성으로 결합되어 있는 화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맛보았다.
-필립 풀먼(『황금나침반』의 저자)

 

 

이 소설은 우리가 사랑했으나 지금은 잊혀진 많은 책들에 대한 짧은 연애편지이다.
- 제프리 프랭크 (『칼럼니스트』의 저자)


 

책속으로처음에 나의 게걸스러운 탐구는 유치했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식으로 초점도 없이 욕심만 사나웠지만―나에게 한 입의 포크너는 한 입의 플로베르일 뿐이었다―그러나 얼마 안 가서 곧 나는 미묘한 차이점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먼저 각각의 책들이 냄새가 다르다는―달콤하고, 씁쓰름하고, 시큼하고, 달콤 쌉싸름하고, 악취가 나고, 짭짤하고, 알싸하고―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또 각각의 냄새가―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감각이 점점 더 예민해져서 각각의 페이지, 각각의 문장, 그리고 마침내는 각각의 단어가―일련의 이미지들, 내가 이른바 현실 세계에서 나의 극히 제한된 경험으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심상들, 이를테면 마천루, 항구, 말, 서로 잡아먹는 동물들, 꽃나무, 흐트러진 침대, 물에 빠진 여자, 하늘을 나는 소년, 잘린 머리, 뗏목, 자작나무 숲으로 비스듬히 비쳐드는 햇살, 맨살이 드러난 허벅지를 애무하는 손, 정글 속의 오두막, 죽어가는 수도사 같은 심상들을 불러일으킨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처음엔 그저 맛의 지시에 따라 즐겁게 갉고 씹으며 먹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곧 나의 식량 가장자리들을 여기저기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많이 읽고 점점 더 적게 씹어서 결국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읽는 데 썼고 단지 여백들만 조금씩 씹었다.
- 본문 pp.36~37

 

 

나는 모든 소설을 사랑한다. 시작과 중반과 결말의 모든 전개 과정을 다 사랑한다. 서서히 축적되는 의미들이며 안개 낀 풍경 같은 상상이며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산책로며 나무들이 우거진 경사지며 거울처럼 잔잔한 물웅덩이들이며 비극적인 뒤틀림과 익살스러운 곱드러짐까지 모두 사랑한다. 내가 참아낼 수 없는 것은 생쥐를 포함해서 쥐가 나오는 문학이다.
- 본문 pp.69~70

 

 

나는 이틀씩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바이런을 읽곤 했다. 또 『폭풍의 언덕』을 읽고서 내 이름을 히스클리프(『폭풍의 언덕』에서 여자 주인공 캐서린과 비극적인 사랑을 나눈 남자 주인공-옮긴이)로 바꾸기도 했고. 나는 등을 대고 누워 내 엄지발가락을 보았다. 그러고 난 다음에 힘이 더 솟아난 기분으로 내 일에 몰두하곤 했다. 나는 제이 개츠비(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옮긴이)였다. 또 뒤로 펄쩍 뛰는 대단한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내 일을 계속해나갔고 겉보기로는 예나 다름없이 상냥했다. 그러니 내가 찢어진 가슴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매일 아침마다 노먼과 나는 「보스턴 글로브」를 읽었다. 구인광고까지 포함해서 그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세상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세상 물정에 밝은 시민이 되었으며, 신문에서 ‘일반대중’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게 되면 자기도취적인 자부심으로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 본문 pp.100

 

 

제리는 이야기를 하고 나는 들었다. 차츰차츰 나는 그의 삶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이 알게 되었던 반면, 그는 내 삶에 대해서 점점 더 적게 알게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나의 타고난 과묵함으로 인해 그는 내 개성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즉 나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곧 그가 나를 볼 때 주로 보는 것은 촌스럽고 약간은 멍청한 귀여운 동물, 뻐드렁니를 한 아주 조그만 개 같은 동물이라는 것이 고통스럽게도 분명해졌다. 그는 내 진정한 성격, 내가 실제로는 상당히 냉소적이고 적당히 심술궂은, 생각에 잠긴 천재라든가 내가 그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나는 제리를 사랑했지만 제리가 사랑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언제나 알고 있었다. 비록 내가 아닌 척하고 싶어 하더라도 우리가 함께하는 저녁 시간에 그가 술을 마시며 이야기할 때 그는 사실상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 본문 pp.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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